한여름 대낮의 사슴벌레를 찾아서 + 탐조 + 탐충 + No 채집
2024년 밀린 숙제를 빨리 끝내고 새로 오는 봄을 맞이하기 위해 포스팅을 시작합니다. 6월 등화 채집을 같이 갔던 해물왕자님과 함께 오늘은 같이 대낮에 활동하는 사슴벌레를 관찰하고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또 포천의 수목원을 향했다. 입장 전에 일단 오늘 몸에서 육수가 많이 나올 것 같아 강력한 나트륨과 스태미나를 채우기 위해 평소 즐겨가던 해장국집으로 향했다. 주차장에서 하늘을 보았는데 강렬한 햇볕에 왠지 잘못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양평 해장국집에서 파는 초고퀄리티의 내장탕. 곱창과 내장과 대파가 어우러진 환상적인 맛이다. 이쪽 근처로 지나갈 때마다 들리는 맛집이다. 해물왕자님은 가까운데 사시는 데도 모르셨는지 한번 와서 드시더니 계속 여기만 가자고 하신다.
수목원에는 식당이 없고 한 번 들어왔다 주차장을 나가면 다시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바로 옆 편의점에서 점심거리를 샀다. 저번에 등화 채집에 사이즈 맞추기 내기에서 패배한 해물왕자님이 하겐다즈를 사주시겠다고 하시면서 하겐다즈 젤 큰 사이즈를 꺼내시길래 간신히 말리고 작은 사이즈 두 개를 구입했다. (근데 왜 내가 네이버 카드로 결제를...)
오 나오자마자 건물 벽에 붙어 있던 알락하늘소를 발견했다. 어떻게 보면 내가 갑충을 좋아하게 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이 녀석인데 추억이 새록새록 하다. 초등학교 때 아침 일찍 까치산에 오르고 있었는데 버드나무 아래 이 녀석 두 마리가 붙어 있었는데 그간 봐 오던 갑충에 비해 엄청난 사이즈와 멋짐으로 이 녀석들 힘이 빠질 때까지 먹이도 주고 하루 종일 관찰했던 기억이 있다.
오 수목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흑백알락나비 여름형이 미네랄 섭취를 하고 있었다. 몇 년 전 왔을 때 홍점알락나비는 많이 봤는데 이 녀석은 여기서 처음 보는 것 같다. 생각보다 민감한 녀석이라 망원으로도 촬영이 쉽지 않았다. 벌써 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한다.
너무 더워서 그늘 숲길로 돌아가는데 녹음이 가득한 게 피톤치드가 뿜뿜 이런 곳을 맨날 와야 하는데... 그러나 역시 그늘 숲길에도 너무 더워서인지 곤충이 별로 보이지 않아서 섭섭했다.
해물왕자님이 화장실 옆 갈참나무에 수액이 많이 난다고 해서 갔는데 엄청 흐르는 곳에는 곤충이 하나도 없었고, 나무 꼭대기 위에 톱사슴벌레 중소형 한 쌍이 수액을 먹으면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보이는 것이 전부였다.
곤충이 정말 안 보여서 산 쪽으로 더 올라가 보기로 했다. 가다 보니 대왕나비와 아까 본 흑백알락나비가 사이좋게 미네랄을 섭취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도 않고 계속 대롱 같은 입으로 여기저기를 정신없이 더듬고 있었다.
대왕나비는 특히나 미네랄 섭취가 필요했는지 도망 안 가길래 핸들링을 해보았다. 해물왕자님의 강력한 영양 땀 때문일까 바로 올라타더니 유튜브각을 잡아주셨다!
이렇게 쉽게 핸들링이 되는 것인가 한번 내 손가락으로 옮겨 타 기를 시도했는데 내 손가락까지 옮기는데도 쉽게 성공을 하였다. 너무 덥고 곤충도 안 보이고 힘들었는데 대왕나비 덕분에 기분이 다시 업이 되었다.
산 초입까지 가도 역시나 여기저기 대왕나비 수컷이 가장 많이 보이는데 아마도 번식기라 수컷은 미네랄 섭취에 정신이 없는 듯 보인다. 날개를 펴고 있을 때 불꽃같은 발색이 인상적이다.
다시 산에서 내려오다 화장실을 보니 말벌과 꽤 비슷하게 의태한 대형 등에가 붙어 있었다. 첨 보는 녀석인데 복부의 노란색에 검정 반점이 꽤 아름다운 녀석이었다.
너무너무 더워서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한잔 마시고 근처 테이블에 앉아서 아까 편의점에서 사 온 점심거리를 먹었다. 오늘 날씨가 무지 더울 것 같아 최소한의 장비만 가지고 왔는데 깔아놓고 보니 역시 난 장비병 환자가 확실하다. ㅋㅋㅋㅋ 캐논, 스와로브스키, 아크테릭스, 노스페이스의 혼종 조합이라니.
벤치에 짐을 두고 주변 연못을 보니 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 근처에 물고기가 헤엄을 치고 있었다. 비늘이 갑옷을 입은 것처럼 보인다.
연못 근처라 역시 산측범잠자리(?) 어리부채장수잠자리(별박이님 동정)가 나뭇가지에 앉아서 쉬고 있었다. 날아다니는 것을 찍어보려 했으나 장애물이 많아서 초점을 제대로 맞추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더웠다...
어미로부터 독립한듯한 흰뺨검둥오리(?) 유조 원앙 암컷(해물왕자님 동정)가 측은한 모습으로 홀로 물가에 앉아 있었다. 엄마가 보고 싶은 걸까? (본인이 엄마일지도...?)
짐을 놓고 주변을 살펴보니 수액에 풍이와 말벌, 왕오색나비 등이 보인다. 그러나 사슴벌레는 없네... 역시 야행성인 걸까? (하단에 오늘 채집기 유튜브 영상에 풍이 장면이 나오니 미리 참고 부탁드립니다)
영상에 소리 녹음이 어려울 정도로 매미들이 시끄럽게 울어대고 여름은 여름인가 보다. 높은 곳에 있는 털매미를 망원렌즈로 촬영해 보았다. 시원한 그늘에서 좀 쉬면서 먹을 것 챙겨 먹고 다시 참나무가 많은 넓은 평지로 슬슬 이동을 하였다.
이동을 하다 보니 물가에 작은 새가 보여서 촬영을 하였다. 올해는 딱새를 정말 많이 만난 것 같다. 어느 정도 성장한 딱새 수컷인 듯 눈망울이 너무 착하고 귀엽다.
정자 밑에 뭐가 엄청 바쁘게 움직이길래 보니 거미를 기절시켜서 옮기고 있던 왕무늬대모벌이었다. 가까이 살짝 가서 촬영을 했더니 중간에 거미를 버리고 날아가길래 나 때문에 놀라서 거미를 버린 줄 알고 미안했다. 하지만 다시 자세히 보니 자기가 만들어 놓은 토굴까지 중간에 적은 없나 둥지에 누가 들어가지 않았나 여러 번 거미를 놓고 확인하는 행동이었다.
저 멀리서 해물왕자님이
뭔가 찾은 듯 나를 부른다.
드디어 낮에 활동하는 촬영할 만한 사슴벌레를
찾은 것인가?
크~ 이런 장면을 보기 위해 오늘 하루 종일 더위를 헤치고 다닌 것인가? 수노랑나비와 톱사슴벌레 한 쌍이 수액에 모여있는 장면이라니! 해물왕자님께 감사드리며 정신없이 촬영을 하기 시작했다. 수목원은 평지에 엄청 큰 참나무들이 있어 이렇게 좋은 장면을 촬영하는데 매우 용이하다. 산속에서도 저런 생태를 발견할 수 있지만 비탈이거나 촬영하기가 아주 어려운 곳이 많아 어려움이 많다.
몇 년 전 이맘때에는 사슴벌레가 낮에 잘 보였었는데 오늘은 전혀 안 보여서 아쉬웠다. 흑흑.
톱사슴벌레 수컷은 암컷이 갈참나무 수액을 마음껏 먹는 동안 자신의 몸으로 가드를 해주면서 눈치를 보고 있다. 종족 번식을 위해서라면 내 몸 정도는 소모품이 되는 것인가? 주변에 톱사슴벌레 시체들이 많았는데 복부가 없는 것을 보면 새들에게 공격을 많이 받은 것 같다.
톱사슴벌레는 밤에도 활동하지만 한창 시즌 일 때는 낮에도 수액에 붙어 있거나 나무 가지 등에서 쉬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다른 사슴벌레에 비해 하체(?)가 부실하기 때문에 쉽게 놀라서 나무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나뭇가지 등을 치면서 채집도 가능한데 가끔 살모사 새끼들이 참나무 위에 있다가 같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바로 옆 나무에는 꽤 굵은 나뭇가지에 왕오색나비가 앉아 있었는데 가까이 가도 도망도 안 가고 렌즈를 들이대도 움직이질 않아 화석이 되어 죽은 줄 알았다. 결국 정말 앉아서 죽은 건가? 하고 손가락으로 더듬이를 건드릴 정도로 다가가니 날아가 버렸다. ㅋㅋ
톱사슴벌레가 붙어있던 갈참나무의 상단 수액 터를 보니 왕오색나비와 톱사슴벌레 수컷이 붙어 있는 것이 보인다. 오 자세히 보니 암컷이다 생각하는 찰나 어디선가 수컷이 날아왔다.
수컷은 조심스럽게 날아와서 암컷 뒤편에서 눈치를 보기 시작 그리고 암컷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자 그곳으로 따라가서 구애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아래 유튜브 영상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날씨가 더워서 귀찮고 무겁지만 망원렌즈를 들고 다니니 이런 재미있는 장면도 촬영이 가능해서 보람 있다.
하루 종일 땀을 너무 많이 흘려 고생하신 해물왕자과 전복과 새우가 어우러진 강경불고기를 맛나게 먹고나니 나른하고 몸이 너무 힘들었다. 쌈이 무한이라 가성비 최고로 좋고 시원한 헛개수 한잔 마시면 더운 여름 날씨를 날려버릴 수 있다. 서울까지 운전을 해야해서 근처 스타벅스로 가서 커피로 카페인을 추가 충전하고 해물왕자님과 헤어졌다.
다음 편은 못 올린 반야스키님과
등화 채집기로 돌아오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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